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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소각에 쏠린 예산, 순환경제로 바꿀 때

‘처리 중심’ 정책 한계… 제로웨이스트 전환, 예산부터 바꿔야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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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데일리 조남준 기자]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면서 소각과 시설 확충에 집중된 자원순환 예산 구조를 감량·재사용 중심의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에서 제기됐다. 소각과 시설 확충에 집중된 예산 구조를 감량·재사용 중심의 순환경제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직매립 금지는 또 다른 환경 불평등과 예산 비효율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다.

국제 제로웨이스트의 달을 맞아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 예산으로 보는 자원순환 정책’ 토론회에서는 자원순환 예산 분석, 국제 소각 대안 사례, 재정·정책 구조의 문제점이 종합적으로 논의됐다. 토론회는 직매립 금지 이후 한국 폐기물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예산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잣대로 짚어냈다.

첫 발제를 맡은 유혜인 환경운동연합 선임활동가는 직매립 금지 정책이 시행 예고 이후 5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음에도, 폐기물 발생 억제보다는 처리 대안 마련에만 집중돼 왔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민간 소각 위탁이 급증했고, 수도권 폐기물이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환경 부정의’ 문제가 구조화됐다는 지적이다.

유 활동가는 “반입협력금 유예 철회, 환경영향평가 기준 강화 등 민간 소각시설 규제를 강화하고,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재사용 의무율과 연도별 감량 목표를 법·제도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산 분석은 정책의 실질적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 오현주 제로웨이스트도시랩 대표는 환경부 자원순환 예산 3,315억 원 가운데 소각 관련 예산이 42%를 차지하는 반면, 감량·재사용 예산은 5.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고보조금이 소각·매립 등 최종 처리 단계에 집중되고 있고, 폐기물 처리시설 광역화 정책과 맞물리며 오히려 소각 중심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며, 소각세 도입과 보조금 체계 전환 등 재정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예산 집행 구조 자체의 비효율을 문제 삼았다. 처리시설과 소각장에 편성된 예산은 2,000억 원대로 가장 크지만, 실집행률은 84.3%에 그쳐 이월·불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종량제봉투 가격의 주민부담률이 2023년 기준 27.2%까지 낮아지며 ‘응익부담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위원은 “처리 비용을 세금으로 떠안는 구조가 지속되면, 감량을 유도할 정책 신호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소각대안연맹(GAIA)의 문도운 정책연구원은 해외 사례를 통해 한국 정책의 방향성을 비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소각·매립 이전 단계에서 한 번 더 자원을 회수하는 MRBT(물질 회수 및 생물학적 처리)를 도입하고, 소각세를 강화해 감량과 재사용 성과가 높은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소각을 전제로 한 재정 지원 구조가 유지되고 있어, 자원순환기본계획과 예산 집행이 괴리돼 있다는 것이다.

김혜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정책과 예산 구조의 괴리를 지적했다. 2026년 예산에서 폐기물 발생원 관리 비중은 자원순환·환경경제 항목의 0.9%에 불과한 반면, 폐기물 처리시설 확충은 77.7%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수리·재사용·공유·재설계를 포함한 4R 기반 인프라와 소프트 정책에 대한 투자가 본격화되지 않으면 제로웨이스트는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김경민 입법조사관은 한국 폐기물 정책이 시설 중심의 일본 모델을 상당 부분 차용해왔음을 짚으며, 「자원순환기본법」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으로 개편되는 만큼 정책 전환을 위한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회용컵 보증금제 후퇴로 인해 ‘소각하지 않아도 될 폐기물이 소각되는 정책 실패’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정미 기후에너지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이 EPR과 빈용기보증금제, 다회용기 확대 등 제도적 노력이 병행되고 있음을 설명하면서도, “시장 형성 단계에서 언제까지 국고 지원에 의존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직매립 금지 이후 한국 사회가 선택해야 할 방향이 ‘소각장 증설’이라는 단기 처방이 아니라, 예산 구조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 전환임을 분명히 했다. 감량과 재사용에 투자하지 않는 한, 직매립 금지는 또 다른 처리 방식의 이동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고다.

토론회를 주관한 시민사회 단체들은 향후 소각 중심 재정 구조를 개편하고, 순환경제 전환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예산·제도 개선안을 제시하는 후속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제로웨이스트로 가는 길은 기술보다 예산, 선언보다 구조의 문제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자리였다.

출처 : 에너지데일리(http://www.energydaily.co.kr)

조남준 기자 cnj@energ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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